아멜리 노통브:: 제비일기, 2006


아멜리 노통브:: 제비일기, 2006

사실 우리는 살아 있다는 공포에 맞서 싸우며 하고많은 시간을 보낸다. 그리고 온갖 것에 별별 정의를 다 갖다 붙인다. 내 이름은 아무개이고 모모 회사에서 일하는데 그 일이 여차여차한 것이다, 라는 식으로.
그러는 중에도 불안이라는 놈은 숨어서 전복 활동을 계속 한다. 그놈의 입에는 재갈을 불릴 수도 없다. 넌 네가 모모 회사에서 여차여차한 일을 하는 아무개 씨인 줄 알지? 하지만 잠에서 깨어나는 순간 그런 것들은 존재하지 않잖아? 모르긴 해도 실제로 존재하지 않기 때문일걸?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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라디오헤드의 음악은 새로운 삶과 잘 맞아떨어졌다. 그 음악과 새 작업은 노스탤지어라는 것이 철두철미하게 결핍되어 있다는 점에서 완전히 일치했다. 나는 고객들을 저세상으로 보낼 때 그들의 과거를 돌아보지 않았다. 그런 식으로 청승을 떠는 일은 절대로 없었다. 그들이 한때 젊었건 말았던 그건 내 알 바 아니었으니까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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"얘야, 제발 그 일기장을 내가 가져오도록 해주렴. 어디다 놔뒀는지 기억이 나지 않아서 말인데...."
"그러니까 내 일기장을 아무 데나 팽개쳐놨단 말이지? 이거 정말 심각한걸."
"난 네 아빠야. 아빠를 죽이는 딸이 어디 있다든?"
"그런 걸 '존속 살해' 라고 해. 실제로 일어나는 일이니까 이름이 붙었지."
"일기장 때문에 아빠를 죽인다고!"
"남의 일기장을 욕보이는 일에는 이름이 붙어있지 않아. 그만큼 심각한 범죄란 얘기지. 이름조차 갖다 붙일 수 없을 만큼."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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"신상 기록서부터 작성하세요."
나는 아무렇게나 빈 칸을 채워 넣었다. 인사부장은 아무관심 없다는 듯 한 번 쓱 훑어보고 말았다. 하마터면 나는 점수가 몇 점쯤 나오겠느냐고 물어볼 뻔했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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이 글은 한 미치광이가 뒤죽박죽으로 풀어낸 사랑 이야기이다.
제비와 함께한 사랑 이야기는 시작이 좋지 않았다. 하지만 끝은 최고로 좋을 것이다. 왜냐, 영원히 끝나지 않을 테니까. 나는 제비를 먹음으로 해서 죽어가고 있다. 그 애는 내 뱃속에서 천천히 나를 죽이고 있다. 견딜 수 없는, 그러나 결코 밖으로 터져 나오지 않는 고통을 주면서. 나는 그애의 손을 잡고 죽어간다. 왜냐, 나는 글을 쓰고 있으니까. 글쓰기는 내가 제비와 사랑에 빠진 곳. 이 글이 끝나는 순간 나는 죽으리라.

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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